올해로 등단 20년을 맞은 시인 함기석이 전작 『뽈랑공원』 이후 4년 만에 펴내는 신작 시집. 문자와 의미, 존재와 무한, 말의 한계와 가능성, 그 소멸의 과정을 온전히 담아내고자 진지하고도 고통스런 성찰을 전개해온 시인 함기석은 이번 시집에서도 정밀한 계산과 치밀한 검증을 바탕으로 미지의 세계를 펼쳐놓는다. 언어가 가진 통념과 속성, 그리고 의미의 생성 경로를 낱낱이 파헤치고 그 허점을 짚어내는 그의 시는 온갖 통념을 거부하는 그 짧은 순간을 수학적 사유에 의지해 적시한다.
이번 시집은 따로 부가 나뉘지 않은 총 67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. 한국 현대시의 최전선에서, 수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다양한 언어적 실험을 감행하는 함기석의 시는 독자들에게 그리 친절한 편이 되진 못한다. 하지만 그 시세계에 발을 담그면 우리가 발을 딛고 선 이 우주가 전혀 다른 차원으로 다가올 것이다.